어딘가에는 17명이 사는 섬이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어디에는, 그보다도 적은 수의 사람이 산다.
나는 언젠가 멀고 먼 북쪽 페로 제도에 간 적이 있다. 작은 색종이를 조각조각 낸 모양을 한 수십 개의 섬이 모여 이룬 곳. 조각을 다 합쳐도 제주도 크기가 안 되는 그 섬 한쪽에 사는 한 노인을 만났다. 그는 한국 사람은 처음 본다고 했다. 그곳에 사는 동양인은 주로 일본인이라고, 일본 여자들은 일찍부터 그 섬에 결혼하러 들어왔다고 했다. 비를 맞으며 항구에 앉아 있던 나는 그의 차를 타고 섬을 따라 난 순환 도로를 달리며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섬은 특별한 것 없었고 노인은 특별한 것 없는 마을 주민들과 창문 너머로 사람들과 간혹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는 일찍이 돈을 벌기 위해 그린란드로 갔다고 했다. 연어를 잡고, 연어보다 큰 물고기를 잡고 그렇게 돈을 벌다 지쳐 다시 그의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그는 내게 가족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자식들과 아내는 덴마크로 나가 산 지 오래되었다고 했다. 어둡고 작은 그의 집에 물건은 많지 않았다. 대신 커다란 창문이 있어 멀리서부터 들어오는 배들을 볼 수 있었고, 아마 그는 서두를 것도 없이 언제든 배를 탈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