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어딘가에 있는 단지 17명이 사는 그 섬에서 내가 그곳에서 실제로 만난 거주민은 7명밖에 되지 않았다. 그곳으로 들어가는 배는 딱 한 척, 그걸 모는 선장도 딱 한 사람이라 한다. 이 섬 항구에 배가 정차하는 것도 하루에 딱 한 번이다. 그 작은 섬으로 들어가는 배는 날이 좋으면 보통 만석이었다. 배에서 내린 사람들은 언제나 섬 곳곳으로, 대게는 저 멀리 섬의 언덕 끝으로 사라지곤 했다. 마을은 사람들이 섬으로 들어왔던 그 잠깐의 시간 동안만 북적이다가 만다.
나는 보통 언덕에는 잘 가지 않고 그 반대쪽의 모래 언덕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해안 사구는 물이 양쪽으로 들어왔다 나가는 기이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여러 물건이 천천히 바닷물을 타고 중앙의 사구로 밀려온다. 섬으로 온 지 오래되어 깊게 깊게 묻혀 있는 것도 있다. 어떤 표식을 가진 부표와 밧줄, 목적지를 상실해 걷기를 멈춘 신발, 소금물에 아주 절여졌다가 햇볕에 바싹 말라 껍질이 다 벗겨진 고목 조각들이 많이 있다. 저녁 시간이 다 될 때쯤까지도 나는 그곳에 있었는데, 저 멀리서 한 남자가 내 쪽으로 걸어오는 걸 보았다. 마을 이장님이었다. 그는 떠밀려 온 폐목재를 둘러보다가 쓸만한 걸 찾았는지 하나를 들고서는 다시 해안가를 따라 걸어 나갔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사람들이 사라진 그곳 언덕으로 올라갔다. 큰 배낭을 이고 내가 올라 온 쪽으로 내려가는 사람들을 몇몇 마주쳤다. 나는 적당히 올라간 뒤 잠시 멈추고서 사방으로 바닷물이 일렁이는 모습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