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섬

갈라파고스에 어떻게 해서 이구아나가 들어오게 되었는지 확실하게 알지는 못한다. 우리는 언제나처럼 몇 퍼센트의 확률만을 추측할 뿐이다. 가장 유력한 가설은 중남미에 살던 이구아나가 바다를 표류하던 중 우연히 갈라파고스에 도착했을 것이라는 설이다. 바다이구아나와 육지이구아나와 유전학적으로 가장 가까운 종은 멕시코와 중앙아메리카에 주로 서식하는 ctenosaura iguanas 이다.

바다이구아나는 바닷가의 암석에 붙어 생활한다. 체온 조절 기능이 없는 바다이구아나는 기상 직후 가장 먼저 해를 향해 몸을 치켜들고서 몸 전체를 따뜻하게 데운다. 육지이구아나는 해에 따뜻하게 데워진 물웅덩이에 몸을 맡기고 체온을 유지한다. 해조류를 먹고 살아 몸이 까만 바다이구아나는 최근 들어 기후변화로 인해 먹을 것이 줄어들어 육지로 영역을 확장했고, 그곳에서 만난 육지이구아나와 사랑에 빠진다. 그렇게 해서 탄생하게 된 잡종 이구아나는 손은 바다이구아나처럼 날카롭고 육지이구아나처럼 선인장을 맛있게 먹는다.

몸이 분홍색이라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분홍 이구아나는 사실 갈라파고스가 갈라파고스이기 이전부터 그곳에 있었다. 다윈도 발견하지 못한,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그들만이 아는, 섬의 가장 깊고 비밀스럽고 동시에 용암처럼 뜨거웠을 곳에서 작은 무리를 지어가며 살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