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내가 바다 끝에 가서 머물지라도

XVII

탐험의 생존자들에게
...

XVIII

그해 여름의 나머지를
슈텔러는 식물표본을 수집하면서 보내니,
말린 씨앗을 종이봉투에 담아 모으고,
검은색 여행 텐트 속에 앉아
기록하고 표제를 달고 서명하면서
생애 처음으로 그는 행복하다.
토마 레페킨은 연어를 낚고
버섯을 따고 열매와 식물을 걷어오며
불을 피우고 차를 끓인다.
겨울 내내
이 독일인 의사는
작고 초라한 통나무 오두막 학교에서
코랴크 아이들을 가르치고 글을 쓰며 지냈는데
얼음이 깨질 무렵,
볼셰레츠키에 있는 해역사령부에 의해 박해받고
권리를 박탈당한
원주민 공동체들을 옹호하는 비망록 때문에,
그를 고발하는 편지가 작성되고
심문이 행해지며
오해가 발생하고
체포령이 뒤따른다. 이제 슈텔러는
명확히 깨닫게 되니, 자연과 사회가
서로 얼마나 다른 존재인가.
서쪽으로, 한 구간 한 구간씩
그는 도망치듯 길을 떠난다. 그의 세계가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듯하다.
타라*에 이른 다음에야 그는
자유롭게 고향으로 가도 좋다는
전언을 듣게 된다.
슈텔러는 말 세 마리를 빌려
토볼스크로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일생 한 번도 술을 입에 대지 않았던 그가
사흘 내내
술을 마신다.
그런 다음 열병이 찾아온다.
그는 기어들어가듯 썰매에 몸을 싣고
타타르인 마부에게 남으로 계속 가라고 이른다.
170마일 떨어진 튜멘까지.
지금은 쇠락의 시기, 하루하루
시시각각 굴절하는 시간이 그러하고,
행성들의 녹과 불,
소금이 그러하며,
하늘 높은 곳에는 빛이 타오르나
한낮에도 내려앉는 어둠이 그러하도다.

XIX

북빙해에 떠 있는 섬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