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내가 바다 끝에 가서 머물지라도

III

비록 조만간 당국에 의해
...

IV

태어나서 바다를 처음 만난 슈텔러는
배가 그단스크 만을 벗어나는 순간
한동안 갑판 위에 서서
물 위를 떠가는 항해에 넋을 잃고 있었다.
바다의 광폭함과 웅장함
공기 속에 어린 소금기
배 아래로 깊숙이
가라앉은 까마득한 어둠에.
왼편으로 길고 가느다란 헬 반도의 끄트머리,
오른편에는 싱그러운 석호를 감싸는 곶.
밝은 회색빛으로 그어진 한줄기 선이
더욱 밝고 흐릿한 회색빛 대기 속으로 영원을 향하듯 스며들어간다.
저 뒤편의 땅이 한때 독일이었으니
그는 어린 시절과
빈츠하임의 숲,
소년 시절 학교에서 지루하게 배웠던
고대어를 떠올렸다.
페르스크루타미니 스크리프투라스(문헌을 연구하라),
이 말은 이렇게 바꾸어도 되지 않을까
페르스크루타미니 나투라스 레룸(자연을 연구하라).*

V

키론시타트, 오라니엔바움, 페테를고프를 거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