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회원인 다니엘 메서슈미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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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6년 드디어 슈텔러는
정녕 애타게 기다리던 의뢰를 받았으니
베링 탐험대에 합류해달라는 전갈이다.
사실 탐험대는
이미 십 년 전에 출발을 한 상태다.
한 무리의 목수들,
대장장이, 마부, 선원,
서기, 지위관, 과학자,
조수 들로 이루어진 대부대의 이동에
건설자재, 공구, 각종 기기,
병기창 하나 가득 분량의 무기,
엄청난 책, 거기에 대원들이 먹을 식량,
식기와 의복을 실은 끝없는 짐수레에,
또 특사들을 위한 보르도산
와인 박스들까지 끌고가야 했으니—
탐험 행렬은 제 무게에 짓눌린
거대한 빙하가 앞으로 육중하게 흐르듯
힘겹게 전진하여 동경 129도의
야쿠츠크에 도착해 있었다.
슈텔러는 그 500마일의 거리를
삼 년 반을 걸려서 갔다.
비투스 베링이 마지막 못 한 조각까지
작은 체구의 시베리아 복마에 모두 싣고
야블로노비산맥을 넘어 오호츠크 해까지
가는 데는 그만큼의 시간이 더 걸렸다.
그사이 슈텔러는 고난과 고독을
견디는 일에 익숙해져갔다.
빵집 딸과 결혼한 그에게는
어쩌면 인간에게는 머나먼 땅도
고향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고,
그와 함께라면 어디라도 가겠노라던
그녀의 무조건적인 약속이 있었으나,
그녀는 마지막 순간에, 당연한 일이지만
지구를 반 바퀴나 횡당해야 하는 여행에
함께하기를 거절했던 것이다. 그녀 대신
두 마리의 어린 까마귀가
슈텔러의 곁을 지켰다.
까마귀는 저녁마다
그에게 불길한 예언을 읊었다.
까마귀의 예언을 받아쓰고 있노라면
그의 마음은 어느덧 평온해졌다.
영혼을 잠식하는 슬픔이 결코 멈추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는 있었지만.
1741년 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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