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내가 바다 끝에 가서 머물지라도

IX

1736년 드디어 슈텔러는
...

X

1741년 3월 20일
슈텔러는 캄차카반도의 동해안
페트로파블롭스크 사령부인
길죽한 통나무집으로 들어선다.
보통의 경우라면 결코 공간을 나누지 않을 좁은 실내,
가장 안쪽에 창문도 없이 판자로 가려진,
사방 6피트가 넘지 않는 칸막이방에
탐험대장이자 사령관 베링이 있다.
판자를 대어 만든 탁자 위에는
여기저기 흰색으로 표시된 지도와 해도가
가득 쌓여 있고,
쉰아홉의 사령관은 한 쌍의 날개 문신이 있는
오른쪽 손바닥으로 머리를 받치고
왼손에는 컴퍼스를 쥔 채
그을음을 내며 타오르는 등불 앞에
미동도 없이 앉아 있다.
베링이 눈을 뜨고 자신을
쳐다보기까지는 무서울 만큼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다고
슈텔러는 생각한다. 이 사람은
깊은 슬픔에 휘감긴
한 마리 짐승이다,
검은 털가죽으로
안감을 댄
검은 외투를 걸친.

XI

순풍이 불어온 이 주 동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