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1년 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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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풍이 불어온 이 주 동안
성 베드로와 성 바울의
이름을 따라 명명된 두 척의 배
북쪽 바다를 떠나 남으로 항해했다.
하지만 기욤 드릴이 지도에 기록해놓았던
전설의 땅 가마*는
물의 사막 그 어디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다. 단 한 번
햇빛이 번득이며 반사되는 수면 저 멀리서
바닷새떼로 까맣게 뒤덮인 어떤 윤곽을 목격했으나,
수심을 측정하면서 전진해보니
그것은 바위섬이 아니라
신기루 현상 때문에 실제보다
몇 배나 더 크게 보였던 바다의 표류물,
배를 드러내고 죽은 고래였다.
이후 북북동 방향으로
항로를 잡았다. 밤이면 바다는
종종 반짝이며 빛을 발했고
넘실거리는 파도에 젖은 돛대에도
빛의 입자들이 달라붙었다.
어느 날 저녁
두번째 신기루가 그들 앞에 나타나
수평선 위로 쭉 뻗은 채 수정처럼
하얗게 빛나는 대리석 육지를
그려보이기는 했지만,
아바차 만을 출발한 지 육 주가 지난
7월 15일 아침이 되어서야
언제나처럼 이른 아침에 일어나
갑판으로 나온 슈텔러는
낮게 흐르는 구름 사이로
실제로 두드러져오는
희미한 산맥의 형상을 보았다.
그날 저녁
안개가 가득 피어올랐다.
시커먼 하늘이 천지를 장악한 가운데,
흰 눈으로 덮인, 날카롭고 거친
알래스카산맥의 윤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슈텔러는 적절한 어휘를 가려냈다,
장미처럼 붉은빛과 보랏빛이 섞인 이 색채를 표현할.
항해 내내 머리 위
선실 천장만 지켜보며
누워 있던 비투스 베링은
기쁨에 겨운 선원들이 환호성을 멈추지 않자
그제야 처음으로 갑판으로 올라와서는
세상에서 가장
극심한 우울의 눈빛으로
그 광경을 응시했다.
까옥거리는 울음과 함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