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내가 바다 끝에 가서 머물지라도

XII

까옥거리는 울음과 함께
...

XIII

성 엘리야의 영명축일인 다음날이 밝자
슈텔러는 육지로 올라갔다.
이미 불길한 예감으로
이마에 공포가 깊게 새겨진 베링은
그가 학술 탐사를 할 수 있도록
열 시간을 허용해주었다.
이곳의 물은 바닥 깊숙한 끝까지
짙은 푸른색으로 가득찼으며
숲은 해안선에 근접할 정도로
무성하게 자랐다. 전혀 겁먹은 기색 없이
짐승들은 슈텔러에게 다가왔고, 검은 여우와
붉은 여우, 까치, 어치와 까마귀 들이
그와 나란히 해변을 걸었다. 나무들 사이
투명하고 말간 어둠 속
두툼한 이끼 양탄자를 넘어
흔들리는 걸음을 옮겼다.
점점 더 가까이, 산을 향해 다가가고
점점 더 가까이, 서늘한 야생의 숲 한가운데로
빠져들고자 하는 욕망, 그러나
세계의 무질서를 최소화하려는
과학자다운 의식이
이러한 갈망에
제동을 걸었다.
한참 뒤 가문비나무를
엮어 만든 한 움막에서
그가 목격한 것은 낯선 공간 속
버려진 사물들이 불러일으킨 효과.
나무껍질을 벗겨 만든 둥근 물잔,
구리 광석 파편이 박힌 숫돌,
물고기 머리 모양의 작은 노,
진흙을 구워 만든 장난감 딸랑이를
조심스럽게 골라낸 그는 그 대신
쇠솥 하나와 색색의 진주를
꿰어 만든 장식끈,
부하라산 비단천,
담배 반 파운드,
중국산 파이프를 그곳에 놓아둔다.
그가 행한 이 침묵의 거래는
반세기가 흐른 후
빌링스 사령관*의 여행기에 다시 등장한다.
세상에서 멀리 떨어진 이 외딴 지역의 주민 하나가
터져나오는 웃음을 억누르며
회상해내는 형태로.

XIV

더이상의 다른 탐사 계획을 포기하기로 한 이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