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내가 바다 끝에 가서 머물지라도

XIII

성 엘리야의 영명축일인 다음날이 밝자
...

XIV

더이상의 다른 탐사 계획을 포기하기로 한 이후
장교들은 북위 53도 근처 지점에서
아바차 만 방향으로 항로를 잡기로 했는데,
확인되지 않은 요소들을 바탕으로
단순하게 계산을 해버렸다.
삼 개월 가까이 배는
그들 말고는 다른 인간은 흔적조차 없는
베링 해를 이리저리 떠돌았다.
선원들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끔찍하고 공포스러운
폭우와 거센 바람에
혹독하게 시달렸다.
방향을 분간할 수 없이
천지가 오직 무거운 회색빛,
위도 없고 아래도 없이
파괴의 이빨을 드러낸 자연은
오직 미친 모습일 뿐,
그러는 사이 며칠 동안이나
무풍지대에 머물기도 했고,
그런 식의 여정이 반복되면서
배는 더 심하게 파손을 겪었고
닻줄은 더욱 갈갈이 찢겼으며
소금기에 전 돛대도 빠른 속도로 해어졌다.
심신을 파고드는 질병에
광란을 일으키며
미쳐 날뛰는 선원들, 눈동자는
피로와 쇠약으로 푹 꺼지고
물집이 터져 구멍이 숭숭 뚫린 입천장,
피멍이 든 관절,
부풀어오른 간, 부풀어오른 비장,
그리고 궤양이 일어나
짓물러가는 피부. 매일매일
생살이 썩어들어가다
마침내 절명한 선원들을
신의 이름과 함께
바다로 집어던지니, 종국에는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에
궁극의 차이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죽음의 순간에 육체의 은하는
본래의 성질을 잃고, 본래의 기질과 실체를 잃고,
본래의 존재를 잃는다, 라고 의사 슈텔러는 생각한다.
죽음이란, 더이상 살아 있기를 멈춤이라.
그는 질문한다—육체란 무엇인가.
히포크라테스 선서란 무엇이며,
외과학은 무엇이고, 의술이란, 그리고
지적 토대란 다 무엇인가, 생명이
눈앞에서 파괴되고 있는데
의사가 아무런 힘도, 어떤 수단도
갖지 못한 상황이라면? 그때, 밤이 되자
11월 달의 기운으로
물의 장벽이 배를
바위로 몰아붙인다.
암초에 걸린 배는
죽음의 덫 속에서도
육지로 달아나보려는 몸짓인 듯
몸체를 비틀며 삐걱거린다.
잠시 후 육중한 파도가 덮쳐와
모래톱 뒤편
잔잔한 석호 가운데로 밀려날 때까지.
하얀 초승달, 어둠 속 굽이감긴 해안,
그리고 육지를 향해
눈처럼 희게 인광을 발하는 산
그 아래까지 늘어서 있는
풀로 뒤덮인 모래 언덕들.

XV

네 명의 선원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