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내가 바다 끝에 가서 머물지라도

XIV

더이상의 다른 탐사 계획을 포기하기로 한 이후
...

XV

네 명의 선원이
나날이 복수가 차오르는 베링을 들어
밧줄을 엮어 마련한 육지 자리로 옮긴 뒤
바람을 막아주는 바위벽에 그를 기대 앉히고
스뱌토이표트르호의 돛으로 지붕을 만들어주었다.
외투와 털가죽, 제복으로 싼 몸,
누렇게 주름진 얼굴, 치아가 다 빠진 입안,
시커먼 폐허가 된 육체,
선장의 온몸은 부스럼으로 뒤덮이고 이에 물린
상처투성이, 드디어 죽음과 직면하게 된 그는
그제야 만족감에 잠긴다.
뭍에 올라 진행한 첫번째 작업은
모래언덕 사이 자리잡은 여우굴에
겨울 숙영지를 마련하는 일.
슈텔러는 베링에게 고래기름과 금련화 뿌리로 끓인
수프를 가져다주지만
베링은 고개를 돌리며
눈짓으로 수프를 거절한다.
조용히 모래 속으로
가라앉도록
자신을 그냥 놓아두었으면 한다.
이미 굴뚝새들이 그의 몸 위를 뛰어다니는 중이다.
죽은 자들은 복이 있도다,*
슈텔러는 기억해낸다. 12월 8일
그들은 선장의 몸을 판자에 묶고
구덩이 속으로 밀어넣는다.
신이여, 믿는 이의 영혼을
야생짐승에게 넘기는 것이
당신의 뜻은 아니겠지요. 심판의 날이 오면 도리어
신실한 자들은 리바이어던의 심장으로 차려진
만찬을 받을 것입니다.
슈텔러가 고개를 들자
구름 아래
회녹색 대양이 반사되어 구분할 수 없는
극지의 하늘과 물이 떠 있다.
그들이 대륙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말해주는 하나의 상징으로.

XVI

8월 13일, 난파선으로
...